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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뉴스

직지보다 138년 앞선 '상정고금예문'의 기록 유산

by newsplus1 2025. 4. 18.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기술은 고대의 유산을 복원하고 되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고려시대 금속활자본 '상정고금예문(詳定古今禮文)'입니다. 많은 이들이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으로 '직지'를 떠올리지만, 사실 직지보다 138년 앞서 만들어진 활자본이 존재합니다. 그것이 바로 상정고금예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상정고금예문에 대한 역사이야기와 더불어 우리 민족에게 큰 자긍심과 금속활자의 역사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직지보다 앞선 '상정고금예문'의 역사적 가치

상정고금예문은 고려 고종 21년, 1234년에 인쇄된 의례서로 알려진 책입니다. 최윤이라는 문신이 편찬했으며, 국가 의례를 정리한 종합적인 문헌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문헌을 넘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상징적 가치를 지닙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안타깝게도 현재 원본이 남아있지 않으며, 일부 기록과 파편적인 문서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어떤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어떤 사회적 배경 속에서 등장했는지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직지보다 앞선 금속활자의 역사적 가치가 매우 눈여겨 볼만한 특징입니다. 직지심체요절은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입니다.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유일본이 보관되어 있으며, 이 존재만으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은 아닙니다. 고려의 인쇄술은 그보다 1세기 이상 앞서 발전하고 있었으며, 그 정점에 있었던 것이 바로 상정고금예문입니다. 이는 단지 기술력의 문제를 넘어서, 당시 고려가 지식의 기록과 보존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사적 증거입니다.

디지털 복원 시대, 다시 살아나는 기록물

최근에는 고서와 고문서를 디지털 방식으로 복원하거나 가상 재현하는 프로젝트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AI 기반 디지털 복원 기술을 적용한 문화유산 재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상정고금예문은 실물이 남아 있지 않기에, 남아 있는 다른 고려시대 금속활자본, 목판 인쇄본, 조선 초기 문서 등과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재구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쇄물의 재현이 아니라, 디자인, 글자체, 종이 재질, 인쇄 방식, 활자 주조 기술까지도 고려한 복합적인 작업입니다.

이러한 디지털 복원은 단순히 박물관 전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콘텐츠, 전시물, AR/VR 가상체험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될 수 있어 콘텐츠 확장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가 상정고금예문을 꼭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저 오랜된 책이라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류 최초의 금속활자 기술이 실제로 구현되었고, 그것이 단순 기술을 넘어 문화적, 정치적, 행정적 목적으로도 활용되었다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현대에 와서도 우리는 그 당시 사람들의 기록과 보존의 철학, 그리고 정보 전달에 대한 진정성을 상정고금예문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노트북, 전자책, 인터넷 등 정보 전달 도구는 모두 '기록'이라는 근본에서 출발했음을 상기할 때, 상정고금예문은 디지털 시대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기록이 역사를 만들고, 기술은 그것을 되살린다

상정고금예문은 실물이 남아 있지 않지만, 고려가 남긴 기록과 기술, 철학이 어우러진 상징적 유산입니다. 디지털 복원은 단순한 과거의 재현을 넘어서, 잊힌 기록을 오늘날의 기술로 다시 살아나게 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미래의 문화적 방향을 설계하는 작업입니다. 상정고금예문을 통해 우리는 지식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이었는지, 기술이 얼마나 인간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다시금 배웁니다. 활자를 주조하고 인쇄한 고려인의 손끝에서 출발한 기록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디지털 시대의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문화적 메시지입니다. 기록은 단지 남기는 것이 아니라, 다시 꺼내 읽고 되살릴 때 진짜 가치가 완성됩니다. 상정고금예문은 그 조용한 힘을 오늘에 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상정고금예문은 잃어버린 활자의 그림자 속에서도 우리에게 말합니다. 지식은 기억되어야 하며, 기술은 사람을 위해 쓰일 때 더욱 의미 있다는 것을. 기록은 곧 사람의 흔적이고, 그 흔적을 따뜻하게 꺼내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기술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일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우리가 클릭 한 번으로 수많은 정보를 나누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 출발에는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활자를 주조하고, 손으로 찍어내며, 지식을 남기려 했던 간절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상정고금예문은 그 첫 장면을 상기시키는 고요하지만 강력한 목소리입니다. 결국 지금, 이 디지털 시대에 상정고금예문이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기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다시 꺼내 읽고, 되새기고, 연결할 때 새로운 생명을 얻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