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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뉴스

삼척 죽서루, 강원도 대표 누각 건축공간 구성 및 가치

by newsplus1 2025. 4. 26.

삼척 죽서루는 자연 경관과 건축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대표적인 전통 누각 건축물이다. 강원도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재로서, 이 공간은 단순한 누각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조선시대 사람들이 자연을 어떻게 건축 안에 품으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로 평가된다. 고려시대에 그 기원을 두고, 조선시대에 중수된 삼척 죽서루는 시대를 거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빚어낸 공간 예술의 정수를 담아냈다. 본문에서는 삼척 죽서루의 역사적 배경, 건축적 구조, 자연과의 조화 원리, 그리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학술자료와 연구조사를 기반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삼척죽서루

삼척 죽서루의 역사와 건립 배경

삼척 죽서루는 강원도 삼척시 성내동 남천 위의 절벽에 세워진 누각으로, 고려 충숙왕(재위 1313~1330) 대에 처음 건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차례 중수와 보수를 거쳤으며, 현재의 모습은 조선 중기 삼척 부사 김효원이 중건한 형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삼척부지』(조선 후기 지방지)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죽서루라는 명칭은 송나라 시인 소식(蘇軾)의 시구에서 유래한 것으로, 자연과 문학을 중시하던 조선 문인들의 정서가 깊게 반영되어 있다.

죽서루는 일반적인 평지형 누각이 아니라 급경사를 이루는 천연 암반 위에 건립되었다. 이러한 입지는 단순히 조망을 위해 선택된 것이 아니라, 자연을 품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구현하려는 조선시대 건축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남천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줄기와 멀리 이어지는 산맥의 풍광은 죽서루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당시 문인들과 관리들은 이러한 공간을 통해 자연과의 일체감을 추구했으며, 죽서루는 단순한 경관 감상의 장소를 넘어, 문화 교류와 정신 수양의 거점으로 기능했다.

건축적 구성과 자연 지형 활용 기법

삼척 죽서루는 전형적인 조선시대 누각 건축 양식을 따르면서도, 자연 지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구조적 특징을 지닌다. 전체 규모는 정면 6칸, 측면 5칸에 달하며, 사방이 트인 개방형 구조를 통해 자연 채광과 통풍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조선시대 건축이 단순히 기능적 측면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가장 우선시했던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립문화재연구소 『한국 전통 누각 건축 연구』에 따르면, 죽서루는 정면을 남동쪽으로 향하도록 배치해 남천의 물길을 자연스럽게 조망할 수 있도록 했으며, 기단부는 별도의 인공 석축 없이 천연 암반을 그대로 이용해 축조되었다. 이는 인위적 조형을 최소화하고 자연 지형을 존중하는 전통 건축철학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누각을 지탱하는 고주(高柱)는 암반에 직접 삽입되거나, 목재 받침을 통해 탄력적 지지를 얻고 있으며, 이는 지반 변동에 대한 내구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연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구조적 지혜를 보여준다. 처마는 사방으로 넓게 퍼져 있으며, 곡선형 지붕은 자연스럽게 주변 경관과 이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적 세밀함은 죽서루를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공간 감상과 조선시대 심미관의 반영

삼척 죽서루는 단순히 풍광을 조망하기 위한 시설을 넘어, 조선시대 문인들의 자연 인식과 심미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공간화한 사례다. 조선 문인들은 자연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자연 속에 자신의 존재를 융합시키고자 했다. 죽서루는 이러한 심미적 태도가 건축으로 표현된 대표적 공간이다.

『죽서루 기문』 등의 문헌기록에 따르면, 수많은 문사와 관리들이 죽서루를 방문하여 시문을 남겼으며, 이곳은 문학적 교류의 장으로서 기능했다. 누각의 중심부에 마련된 넓은 마루는 사방으로 열린 창을 통해 하늘과 산, 물을 하나의 풍경으로 통합시킨다. 내부에 머무는 이들은 마치 자연 속에 자신이 녹아든 듯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조선시대 문인들이 지향했던 이상적 공간 경험을 충실히 구현한 것이다.

특히, 죽서루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직접 체감할 수 있다. 아침에는 부드러운 햇살이 마루를 가득 채우고, 한낮에는 남천의 물빛이 반사되어 공간 전체를 감싸며, 저녁에는 멀리 지는 석양이 누각을 물들인다. 이처럼 죽서루는 변화하는 자연을 실시간으로 감상하며 사유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문화유산으로서의 현재의 가치 및 평가

삼척 죽서루는 현재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삼척시와 문화재청의 체계적 관리하에 보존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정밀 실측조사와 구조 안전성 강화 사업이 이루어졌으며, 원형을 최대한 존중한 복원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죽서루가 가진 건축적, 문화적 가치를 후대에 온전히 전하기 위한 기반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죽서루를 중심으로 한 문화 관광 활성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삼척시는 죽서루를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하여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학계에서도 죽서루를 조선시대 누각 건축 연구의 핵심 사례로 재조명하고 있다. 특히, 자연과의 융합, 공간적 개방성,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경관을 포용하는 건축적 특징은 현대 생태건축(Eco-Architecture) 관점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죽서루는 단순히 전통 건축의 보존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 건축과 공간 디자인에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는 자산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조선시대 심미관과 자연관을 고스란히 품은 이 누각은, 시대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삼척 죽서루는 아름다운 경관을 품은 누각이 아니라, 자연과 건축이 어떻게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조선시대 공간 철학의 정수다. 고려시대에 시작되어 조선시대에 완성된 이 공간은, 시대를 초월한 심미성과 공간 활용 미학을 담고 있다. 앞으로도 죽서루는 그 고유한 가치를 현대적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해석하고 보존해 나가야 할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