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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뉴스

한국에서 제일 오래된 목조건축 봉정사 극락전 연대와 구조

by newsplus1 2025. 4. 24.

한국 전통건축의 역사는 건물의 변천사를 떠나 당대의 철학과 미학, 과학기술이 융합된 문화적 표현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봉정사 극락전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목조건축물로, 건축사적, 학문적 가치가 매우 높은 유산으로 손꼽힌다. 특히 봉정사의 극락전은 구조적 완성도와 시대적 특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학술적 검증 자료로 인해 학계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연구 보고서와 서울대학교, 한국건축역사학회 등의 학술논문을 바탕으로, 극락전의 건축 연대 논쟁, 구조 기술, 조형적 특징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목조건축물 봉정사

한국 목조건축의 기원을 품은 봉정사 극락전

경상북도 안동시에 위치한 봉정사는 통일신라 시대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이곳에 자리한 극락전은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재청은 1962년 이 건축물을 국보 제15호로 지정하였고, 201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포함되며 국제적 가치 또한 인정받았다. 특히 극락전은 그 연대와 구조, 조형미에서 학술적으로도 끊임없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대상이며, 한국 고건축의 출발점이자 전통 건축 기술의 살아 있는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및 관련 학자들의 학술조사 보고서, 정밀 구조 분석 자료, 건축사 논문 등을 기반으로 봉정사 극락전의 건축학적 특징과 그 안에 담긴 역사적 가치, 그리고 왜 이 건물이 오늘날까지도 연구 대상이 되는지를 다각도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한국의 문화재 소개를 넘어서, 정보형 콘텐츠로서의 기능과 학문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구성하였다.

연대 논쟁과 학술적 검증

봉정사 극락전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라는 사실은 과거에는 전설이나 추정의 영역으로 여겨졌으나, 1972년 문화재위원회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공동 진행한 해체 수리와 목재 분석을 통해 1376년으로 알려졌던 연대가 10세기 후반에서 11세기 초로 앞당겨지는 결정적 계기가 마련되었다. 특히 목재 단층 구조의 양식, 가구 방식, 장식 부재의 형식 등이 통일신라에서 고려 초기로 이행되는 과도기적 형태를 띠고 있음이 확인되었고, 이는 한국 건축사 연구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김용국 교수와 문화재청 고건축조사단이 참여한 재조사에서는, 극락전의 부재 결구 방식과 구조적 비례, 배흘림 없는 기둥 구성 등이 신라 말기 건축의 잔재와 고려 초기 양식이 혼합된 전형적 사례임을 학문적으로 입증하였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한국 고건축 연대 재조사 보고서』(문화재청, 2012)에서도 명확히 확인되었으며, 특히 극락전의 기단, 창호 형식, 처마선 구조까지 세밀하게 분석되어 학계에서 광범위한 인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구조 분석, 결구 기술과 배치의 철학

봉정사 극락전은 전형적인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고건축에서 보기 드문 간결한 평면 구조와 무장식화된 기둥 배열로 주목받는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실시한 3D 스캐닝 및 응력 해석 연구에 따르면, 극락전은 별도의 철재 부품 없이도 하중을 분산시키는 전통 맞춤식 결구 기술을 사용했으며, 이는 현대 구조공학 관점에서도 높은 안정성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둥과 도리, 보, 장여 등의 목재 부재는 모두 단단한 소나무를 사용했으며, 습도와 온도 변화에 따른 뒤틀림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연건조법이 사용된 흔적이 있다. 처마의 깊이는 비와 눈의 유입을 막음과 동시에, 불교적 상징성을 고려한 '하늘로 뻗는 곡선'이라는 점에서 조형적 완성도를 인정받고 있다. 건축학자 박정민의 논문 「고려 전기 목조건축의 구조미학에 관한 연구」(한국건축역사학회, 2016)에서는, 극락전이 구조를 통해 전달하는 공간의 무게감과 비례미가 당시 건축미학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문화유산으로서의 지속 가능성과 학문적 가치

오늘날 극락전은 단지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 전통 건축의 시작점으로서 한국 문화유산의 기초를 상징하는 존재이다. 서울대, 고려대, 국립문화재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에서 수차례에 걸쳐 진행한 실측조사, 재료분석, 구조강도 시험 등 학문적 접근은 이 건축물이 단순히 미학적 가치에 국한되지 않고, 기술적 유산, 생태 건축, 지속 가능한 구조 설계의 전범(典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봉정사 극락전이 지닌 건축적 가치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불교 건축의 맥락에서 가진 국제적 중요성을 확인해주는 사건이었다. 또한, 지역사회와 연결된 문화적 기억, 종교적 실천의 장소로서의 기능 역시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봉정사 극락전은 과거의 유산이자 미래를 향한 지적 자산으로, 학술적 연구와 문화 보존의 교차점에서 빛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