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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뉴스

세종대왕의 농업 지혜 '농사직설'이 오늘날 주목받는 이유

by newsplus1 2025. 4. 8.

조선 시대, 농업기술은 생계를 위한 활동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것은 국가의 근간이자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이었으며, 왕조의 이상이 실현되는 실천적 철학이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등장한 『농사직설』은 조선의 자연환경과 농민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용성과 생태지식을 겸비한 농업 교과서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종대왕의 지시 아래 탄생한 『농사직설』의 생태적 통찰, 지역 맞춤형 농법, 과학 기반의 농업기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오늘날 지속 가능한 농업이 요구되는 이 시대에, '농사직설'은 단순한 고전이 아닌,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기에 우리에게 지속 가능성의 본보기를 제시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직접 듣고 기록한 농민의 지식, 땅에서 태어난 기술

『농사직설』이 다른 농서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이 책이 관료나 유학자의 필치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세종은 각 지역의 농부들에게 실제 농법을 직접 물어, 살아 있는 경험과 지식을 수집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축적된 생생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초를 중심으로 편찬된 『농사직설』은 곧바로 전국 각지로 배포되어 농정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당시 왕실이 직접 궁궐 안에 밭을 일구며 농사를 실험했다는 기록은, 이 책이 얼마나 현장 중심의 실용서를 지향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는 단지 글로 적힌 책이 아니라, 땅과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살아 있는 기술서였습니다. 세종대왕님의 지혜로운 농업기술을 담은 '농사직설'의 내용 중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종자 처리법입니다. 책에서는 씨앗을 눈 녹은 물이나 차가운 물에 일정 시간 담근 후 파종할 것을 권합니다. 현대 생물학적으로도, 이런 저온 처리법은 종자의 휴면을 깨우고 생장을 유도하는 과학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농부들은 이러한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몰랐겠지만, 반복된 경험을 통해 최적의 방법을 터득했던 것입니다. 과학은 실험실에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순응한 조선 농민들의 지혜 속에도 과학은 숨 쉬고 있었습니다.

가축 배설물과 재로 만든 친환경 비료의 원리

지속 가능한 농업의 핵심은 '순환'입니다. 이 책에서 기술되어있는 원리는 실천적 해법으로 비료 제조법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가축의 배설물에 볏짚이나 재를 섞어 만든 퇴비는, 땅의 기운을 되살리는 데 탁월한 효과를 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방법은 오늘날 농촌진흥청에서도 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채와 가축 분뇨를 적절히 혼합한 뒤 퇴적 과정을 거치면, 질소와 인산, 칼륨 등 주요 영양 성분이 풍부한 고품질 비료가 탄생합니다. 이는 단지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친환경 유기농업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생태 순환형 기술입니다. 조선 농업의 핵심은 바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조선 땅과 맞닿은 맞춤형 농법으로 기후 기반 농업의 원형으로 '농사직설'은 한반도 전역의 기후와 토양 특성에 따라 농법을 세분화한 점에서도 독보적이라 현대에서도 평가되고 있습니다. 남부와 북부 지역의 파종 시기, 강수량에 따른 작물 선정, 물 관리 방식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조건을 고려한 맞춤형 농법은 오늘날 정밀농업이나 스마트팜의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은 이미 15세기부터 '기후지리 기반 농업 전략'을 구사했던 셈입니다. 자연을 이기려 하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따르며 조화롭게 살아간다는 철학이 이 책 곳곳에 녹아 있기에 오늘 날까지도 큰 가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농업 윤리와 국가 철학의 결합이 담긴 내일의 지침서

세종대왕님의 애민정신이 담겨져있는 이 책에는 단순히 기술과 노하우를 넘어서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농사는 단순히 식량을 얻는 수단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받들고 백성을 기르는 수단이었습니다. 유교의 자연관을 반영해 하늘(天), 땅(地), 사람(人)의 조화 속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져야 하며, 농부는 자연을 돌보는 존재로서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는 윤리적 태도 역시 강조되었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속 가능한 농업 철학’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먹거리의 생명성과 농업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조선은 이미 실현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우리는 흔히 고전을 박물관 안에 머무는 유물로 인식하지만, '농사직설'은 지금도 유효한 농업 전략서이며, 생태철학의 보고입니다. 차가운 물에 씨앗을 담그고, 재와 가축분으로 땅을 살리며, 하늘과 땅의 흐름을 따르던 선조들의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합니다. 우리가 기술로 회귀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조선의 지혜는 되묻습니다. '당신은 자연과 공존하고 있는가?' 수백년 전에 편찬된 지침서이지만, 그에 대한 깊은 해답을 현대에서도 조용히 전해주는 답안지로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이 고전을 다시 꺼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것은 기술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조선의 철학이 먼저 꿰뚫고 있었기 때문입니다.